국가 관할권 행사
국가 관할권의 의의
국가의 관할권은 국가가 사람, 물건 또는 상황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권한을 나타냅니다. 이것은 국가의 주권을 구체화하고 실현하는 핵심적인 측면입니다. 국가의 관할권 행사는 주로 입법기관, 행정기관 및 사법기관을 통해 이루어지며, 이러한 행사의 성격은 주로 입법적 또는 집행적인 것으로 나타납니다. 입법관할권은 국가가 입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의미하며, 집행관할권은 국가가 국내법을 실행하는 권한을 나타냅니다.
관할권 행사의 주요 제약 중 하나는 지리적 영역에 관한 것입니다. 주권평등의 원칙에 따라 각 국가는 자국 영토에서만 법 집행 및 재판을 수행할 수 있으며, 다른 국가의 영역에서 직접적인 법 집행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이 이 한계의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 국민 A가 범죄를 저지르고 일본으로 도망갔다면, 대한민국은 해당 범죄에 대한 입법관할권을 갖고 있으며, 한국의 법원들은 이 사건에 대한 재판관할권을 갖게 됩니다. 그러나 한국의 집행기관은 직접적으로 일본으로 가서 해당 범죄자를 체포할 권한을 행사할 수는 없습니다.
국제법상 국가 관할권에 대한 논의는 주로 복수 국가가 동일한 사건 또는 대상에 대한 관할권을 행사하려고 할 때 발생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 간의 상호조화를 이루는 과정입니다. 다시 말하면, 국가 관할권을 행사하려는 국가와 관련된 타국들 간의 이해 관계를 조화시키는 과정입니다. 영토나 국적에 따른 관할권 행사에는 일반적으로 동의가 있지만, 다른 유형의 관할권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명확하고 포괄적인 기준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주로 형사 관할권을 중심으로 기본 원칙들이 제시되어 있지만 그 외의 다른 유형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논의와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형사관할권
형사 관할권은 주로 속지주의와 속인주의를 근거로 하며, 때로는 피해자 국적주의와 보호주의도 고려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제법상 범죄 행위에 대한 보편관할권 주장과 행사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각 국가의 관할권 행사는 국내법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국가 간에 협력과 조화를 위해 국제 조약과 국제법의 원칙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해결되기도 합니다.
속지주의 (Territorial Principle)
행위자의 국적과 관계없이 한 국가 영토 내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면 해당 영토 국가가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원칙을 영토관할권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권한은 국가의 영토주권에서 비롯되며 국가가 관할권을 행사하는 기본 원칙입니다. 영토는 육지, 해역, 대기권뿐만 아니라 국가의 항공기와 선박도 포함합니다. 또한, 범죄 행위가 한 국가에서 시작되었으나 그 결과가 다른 국가에서 발생한 경우나 그 반대 상황에서도 영토 국가와 결과 발생 국가 모두가 속지주의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원칙입니다.
형법 제4조(국외에 있는 내국 선박 등에서 외국인이 범한 죄): 본법은 대한민국 영역 외에 있는 대한민국의 선박 또는 항공기 내에서 죄를 범한 외국인에게 적용한다.
속인주의 (Nationality Principle)
해외에 있는 자국민의 행위에 대해서도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원칙은 속인주의 또는 국적관할권이라고도 합니다. 이 근거는 국민과 국가 간의 보호와 충성 관계에서 비롯되며, 국제법에서 누가 자국민으로 간주되는지에 관한 원칙을 위배하지 않는 한 각국의 국내법에서 정하는 사항입니다. 국내 판례와 형법 조문도 이 속인주의에 기반하여 관할권을 행사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형법 제3조(내국인의 국외범): 본법은 대한민국 영역 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한다.
보호주의 (Protective Principle)
외국에서 외국인이 행한 행위라도 그것이 국가적 이익을 침해하면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는 원칙이 존재합니다. 이것은 외국인이 행한 특정 행위가 현지 법률에 따라 합법적일 수 있더라도, 그 행위가 국가적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면 해당 국가가 관할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이 경우 국가 간의 갈등과 남용의 위험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악마의 시(1988)”의 저자 살만 루시디가 이슬람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이란의 호메이니 교주가 사형을 선고한 사례가 있습니다. 그러나 루시디의 저작은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범죄로 간주되지 않으며,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사형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국가는 이러한 원칙을 제한적으로 적용하며, 한국 형법도 제한적인 범위에서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법 제5조(외국인의 국외범): 본법은 대한민국 영역 외에서 다음에 기재한 죄를 범한 외국인에게 적용한다. 1. 내란의 죄 2. 외환의 죄 3. 국기에 관한 죄 4. 통화에 관한 죄 5. 유가증권, 우표와 인지에 관한 죄 6. 문서에 관한 죄 중 제225조 내지 제230조 7. 인장에 관한 죄 중 제238조
피해자 국적주의 (Passive Nationality Principle)
수동적 소극주의라고 하는 피해자 국적주의는 외국인이 자국민을 대상으로 외국에서 범한 범죄에 대해 국가가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원칙을 나타냅니다. 이것은 국가가 자국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보호주의와는 다릅니다. 보호주의는 국가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만, 피해자 국적주의는 개인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과거에는 특히 영미법계 국가에서는 외국에서 외국인에 의한 범죄에 대한 관할권 행사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 국적주의를 기반으로 한 처벌법규를 가진 국가가 더 많아지고 있으며, 이러한 처벌이 국적국의 반대에 크게 막히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미국도 자국 시민이 테러행위의 피해자가 된 경우, 이 원칙을 근거로 관할권을 주장하는 입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예: Omnibus Diplomatic Security and Antiterrorism Act 18 U.S.C 2332 이하)
보편주의 (Universality Principle)
누가 범행을 저질렀는지와는 무관하게, 범행의 성격을 보고 관할권을 행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범행의 성격에 따라 어떤 국가든 – 일반적으로 범법자의 국적을 가진 국가 –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범죄는 일반적으로 제노사이드, 해적, 침략 범죄, 일부 전쟁 범죄, 인도에 반하는 범죄 등과 같이 일부 특정 범죄들을 포함합니다. 어느 국가도 범죄 행위를 처벌하기 어려운 경우나 중대한 범죄에도 불구하고 범죄를 처벌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경우에 유용한 원칙입니다. 한국의 형법에는 보편주의에 입각한 처벌 조항은 없지만, 특별법에는 이와 관련된 조항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범행의 복잡성이나 범법자의 국적 등으로 인해 처벌을 회피하는 경우가 있으며, 특히 자국 시민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없는 경우 더욱 그런 경향이 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국제사회에서 범죄 처벌과 관련한 협력과 규제를 강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i) 이 법은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 이 법으로 정한 죄를 범한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적용한다. ii) 이 법은 대한민국 영역 밖에서 이 법으로 정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한다. iii) 이 법은 대한민국 영역 밖에 있는 대한민국의 선박 또는 항공기 안에서 이 법으로 정한 죄를 범한 외국인에게 적용한다. iv) 이 법은 대한민국 영역 밖에서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 국민에 대하여 이 법으로 정한 죄를 범한 외국인에게 적용한다. v) 이 법은 대한민국 영역 밖에서 집단살해죄 등을 범하고 대한민국 영역 안에 있는 외국인에게 적용한다.
보편주의와 관련하여 주목받는 법률 중 하나는 벨기에의 반 잔학행위법입니다. 벨기에는 1993년에 보편적 관할권을 추구하기 위해 제노사이드, 인도에 반하는 죄, 전쟁범죄를 저질렀던 사람들을 벨기에 법원에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제정했습니다. 이 법에 따르면 범행이 발생한 위치나 벨기에와의 관련성 여부와 상관없이 처벌 가능합니다. 이로 인해 부시 미국 대통령, 샤론 이스라엘 총리 등 많은 전직 국가원수와 고위 공직자가 벨기에 당국에 의해 기소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벨기에와 다른 국가들 간에 외교적 갈등이 발생했으며, 국제사법재판소(ICJ)도 벨기에의 현직 외무장관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가 외교사절 특권과 면제를 침해하는 국제법 위반임을 판결로 인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벨기에는 관련 법률을 폐기하고 국제범죄라도 벨기에와 관련된 경우에만 형사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방향으로 개정했습니다.
민사관할권
형사관할권과는 달리 국제법에서는 한 국가의 민사관할권 행사, 한계 및 기준에 대한 논의가 아직까지 충분히 발전하지 못했으며 관련 국제관습법도 미흡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민사관할권의 역외적 효과를 명시하는 법률 제정이 늘어나면서 다른 국가의 민사관할권 행사에 대한 민간 반응이 증가하는 사례가 더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편, 보편적 관할권은 민사사건에 대해서도 일부 인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Filartiga v. Pena-Irala 사건에서 미국 법원은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외국인이 다른 외국인에게 가한 고문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인정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파라과이 시민이 자국에서 경찰에 의해 고문을 받다가 사망한 경우였으며, 몇 년 후에 피고인이 미국에서 불법 체류 중임을 알게되어 피해자의 유족이 미국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외국인이 국제법 위반의 불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Alien Tort Act에 근거하여 배상청구를 인정했습니다. 이 판결은 미국인과 관련이 없는 국제 인권 침해 사건에 대해서도 미국 법원이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미국 내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이러한 법리적 결정의 정치적 영향력을 고려하여, 이후 미국 법원은 Alien Tort Act의 적용에 대해 매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관할권 행사의 경합
동일한 개인이 동일한 행위로 여러 국가의 관할권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을 처리하는 법적 우선순위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캐나다 시민이 미국에서 사기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미국의 영토적 관할권과 캐나다의 국적적 관할권이 서로 경쟁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어느 관할권이 우선해야 하는지 결정하기 위한 명확한 규칙이 아직까지는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범인의 법적 지위나 관할권을 확보한 국가에 따라 형사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더 복잡한 상황은 한 국가에서 특정한 행위를 금지하는데, 다른 국가는 동일한 행위를 요구하거나 허용하는 경우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특히 경제 활동과 관련하여 자주 발생하며, 외국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개인들에게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만약 관할권이 경합한다면 이중 처벌의 가능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범인이 미국에서 처벌을 받은 후 캐나다로 이동한다면, 캐나다에서도 처벌을 받을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국가는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동일한 행위에 대한 중복 처벌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주로 동일한 관할권 내에서의 중복 처벌을 금지하는 것이며, 각기 다른 관할권에서의 중복 처벌을 금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 형법 제7조는 “외국에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의 집행을 받은 자에 대하여는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중복 처벌을 금지하는 내용은 포함하고 있지 않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 규정 제20조와 같이 동일한 행위에 대해 자국과 다른 국가의 재판소가 중복 처벌할 수 없다고 직접 규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복수의 국가에서 중복 처벌이 국제법적으로 금지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주권평등원칙에 따라 한 국가의 관할권이 다른 국가의 관할권 행사에 종속되지 않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