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법과 국내법의 관계 II
국제법 질서 속에서의 국내법
국제법과 국내법의 관계를 논의할 때, 국제 관계에서는 국제법만이 법규범으로 공인되며 국내법은 단순한 사실로만 간주됩니다. 이로 인해 개별 국가는 국내법을 근거로 국제법 불이행을 주장할 수 없다는 사실이 많은 국제 판례와 조약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국제 재판소는 국내법을 적용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From the standpoint of International Law and of the Court which is its organ, municipal laws are merely facts which express the will and constitute the activities of States, in the same manner as do legal decisions or administrative measures. (Certain German Interests in Polish Upper Silesia Case, 1926 PCIJ)
It is certain that France cannot rely on her own legislation to limit the scope of her international obligation. (Free Zones Case, PCIJ)
그러나 국내법 자체가 완전히 무시되는 것은 아닙니다. 국제 관습법의 증거로 사용되거나 국제법의 내용을 명확히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보충적인 국제법 법원인 법의 일반 원칙도 각 국의 국내법에서 공통적으로 추출된 원칙에서 비롯됩니다. 중요한 점은 국제법이 국내법과 모순되는 경우 국제법이 국내법의 효력을 직접 부정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모순하는 국내법은 각 국가의 처리 대상이며, 이를 통해 국제법을 위반한 국가는 국제법적 책임을 집니다. 이와 관련된 판례로는 “Applicability of the Obligation to Arbitrate under Section 21 of the United Nations Headquarters Agreement of 26 June 1947” 및 “Barcelona Traction” 사례가 있습니다. 또한 관련 조항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 제27조(국내법과 조약의 준수):
어느 당사국도 조약의 불이행에 대한 정당화의 방법으로 그 국내법 규정을 원용해서는 아니된다. 이 규칙은 제46조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 국제위법행위에 대한 국가책임 초안(2001) 제3조(국가행위의 국제위법행위로의 결정):
국가행위의 국제위법성의 결정은 국제법에 의하여 정하여진다. 이는 동일한 행위가 국내법상 적법하다는 결정에 의하여 영향 받지 아니한다. - 국가의 권리의무에 관한 선언 초안 제13조:
모든 국가는 조약 및 다른 국제법에 따른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하며, 자국 헌법이나 국내법 규정을 의무 불이행의 정당화 사유로 원용할 수 없다.
국내법 질서 속에서의 국제법
국제법 질서 내에서 국내법의 위치에 대한 설명은 거의 전적으로 합의된 사항이지만, 그 반대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는 각 국가의 태도가 상이하기 때문입니다. 국제법은 기본적으로 각 국가에게 국제법상의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도록 요구하지만, 국내에서 국제법 의무를 어떻게 이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각 국가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국제법이 국내법으로 적용되는 과정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국제법이 국내법으로 직접 수용되어 적용되는 방식인 “수용” (doctrine of incorporation)입니다. 이 방식에서는 국제법이 국내법의 자격으로 인정되며, 국내 사법부도 국제법을 직접 적용하여 국제법을 실행합니다.
두 번째 방식은 국제법을 국내법으로 변형하여 실현하는 “변형” (doctrine of transformation)입니다. 이 방식에서는 국내법이 국제법과 동일한 내용을 갖도록 제정되어 국내법의 자격으로 국제법을 실행합니다. 이 변형 방식은 국내 입법기관이 국제법과 동일한 내용을 국내법으로 제정하는 방식이거나 특정 조약을 국내법으로 시행하는 형식적인 법률을 제정하는 방식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 사실상 수용 방식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수용 방식을 취하는 국가 내에서도 국제법의 효력은 국내법과의 관계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국제법과 국내법을 동등하게 다루는 국가들은 상충 상황에서 후법 우선 원칙이나 특별법 우선 원칙과 같은 해석 원칙을 적용하기도 하며, 일부 국가들은 국제법이 국내법보다 우위에 있으며 특정 요건을 충족하면 국제법이 국내법과 심지어 국내 헌법보다도 우선권을 갖는 것으로 인정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국제법이 국내법 질서 내에서의 위치는 각 국가의 헌법과 법률에 따라 다르며, 이를 이해하려면 각 국가의 법적 맥락을 개별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이 글에서는 대한민국의 경우를 먼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한민국내 국제법과 국내법의 관계
헌법 제6조 1항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 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해석 및 검토를 다음과 같이 진행할 수 있습니다. 첫째, 국제법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면, 국제법은 국내법을 변형시키지 않고 직접 국내법으로 적용되는 것일까요? 둘째, 여기서 말하는 “국내법”이란 정확히 어떤 법을 의미하나요? 마지막으로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란 어떤 법규를 가리키는 것인가요?
조약의 국내 적용
헌법 제6조 1항에 따라 조약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모든 조약이 직접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조약 내에서 국내 입법을 통한 이행을 요구하거나 국내법과의 조화를 위한 추가적인 법령이 필요한 경우, 해당 조약은 자동으로 국내법으로 이행되지 않으며 국내법의 제정 또는 변경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항공기의 불법 납치 억제를 위한 조약이 “각 체약국은 범죄를 엄중한 형벌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할 의무를 진다”와 같이 국내법의 변경이나 새로운 법령의 제정을 요구하는 조항을 포함하는 경우, 이러한 조항을 국내법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국내법의 제정 또는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한국과 미국은 각각 다른 법적 시스템과 접근 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자기집행성 여부를 평가하고 판단하는 기준과 판례가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헌법이나 관련 법률을 통해 조약의 이행과 자기집행성 여부를 판단하는 법적 프로세스 및 판례가 발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국제관습법의 직접 적용
한국 법원에서 국제관습법을 직접 적용하는 판결이 다수 있으며, 이러한 판결들은 국제관습법을 기반으로 한 결정임에도 불구하고 종종 국제관습법에 명시적으로 언급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주권면제 관련 사례나 외교관 재판관할권 면제와 같은 판결들은 대부분 국제관습법을 근거로 하여 결론을 도출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권면제론이나 제한적 주권면제론과 관련된 국내 판결들은 대개 국제관습법을 근거로 하여 판결이 내려지며, 이는 국제법과 국내법의 조화를 중요하게 고려한 결과입니다. 외교관 재판관할권 면제와 관련된 판결 역시 비엔나 협약 등 국제법의 원칙을 고려한 판결로서, 국제관습법을 기반으로 한 결정입니다. 이러한 판결들은 국제법을 국내 법원에서 고려하고 적용하는 중요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국제관습법에 명시적으로 언급되지 않더라도 이러한 판결들은 국제법과 국내법 간의 관계를 고려하고 국제법을 근거로 한 결정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판결들은 국제법의 영향력을 국내 법원 판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예시입니다.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
대한민국 헌법 제6조 1항의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라는 표현은 일반적으로 국제관습법을 포함한다고 외부적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 헌법학자들 중 일부는 이 표현이 조약을 비롯한 다른 국제법규도 포함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조약의 국내적 효력이 별도로 인정되고 있음을 고려하여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를 국제관습법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해석 차이는 국내 법학계에서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제 중 하나입니다. 각자의 의견과 근거를 바탕으로 이러한 해석을 내리고 있으며, 법적 해석이나 판례에 따라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국내 법원에서는 실제 사안에 따라 이러한 해석 차이를 고려하여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