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법상의 특수지역 1
I. 인류 공동의 유산
1967년 말타의 UN 대표 Pardo의 제안에 기초하여 UN 총회는 심해저에 대한 ‘인류 공동의 이해 (the common interest of mankind)’를 인정하는 결의를 채택하였고, 이는 제3차 UN 해양법 회의가 소집되는 계기가 되었다. 1982년 UN 해양법 협약은 국가 관할권 이원의 심해저 지역과 그 광물자원을 인류 공동의 유산 (common heritage of mankind)으로 규정하고, 특정국가가 주권이나 주권적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고 규정하였다 (제136조 및 제137조). 1979년 달조약 32)은 달과 다른 천체를 모든 인류의 영역 (the province of all mankind)으로 규정하고, 달의 개발이 현실화될 때 이에 관한 국제제도의 수립을 약속하였다. 오늘날 남극에 대하여도 이러한 개념의 적용이 주장되기도 한다. 인류 공동의 유산에 대하여는 개별국가의 독점적 이용이나 소유가 인정되지 않는다. 이의 개발은 국제적 통제하에 진행되고, 그 수익은 형평하게 분배될 것이 예정된다. 이 개념은 국제사회에서 특히 제3세계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지만, 과연 국제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착근할지는 좀 더 관찰할 필요가 있다. 달 조약은 아직 당사국 수가 매우 제한적이며, 심해저 제도는 아직 수익의 길이 멀다.
II. 극지
1. 남극
남극은 면적에 약 1,390만 km2이며, 그 대부분이 평균 약 2,000m가 넘는 얼음으로 덮여 있다. 이는 지구상 담수의 약 70%에 해당한다고 한다. 남극은 거대한 대륙 이나 혹독한 자연환경으로 인하여 통상적인 주민은 살 수 없다. 20세기 전반까지는 오직 소수의 탐험대만이 남극을 방문하였다. 과거 남극에 대하여는 7개국이 탐사실 적이나 인접국임을 이유로 영유권을 주장하였다. 33) 이들은 이른바 선형이론을 바탕으로 남극점을 중심으로 한 부채꼴의 지역을 자국령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주장은 일정 부분 중복되나, 남극의 상당 지역에 대하여는 영유권을 주장하는 국가가 없다.
현재 남극에 대하여는 1959년 체결된 「남극조약」이 가장 기본적인 법제도로 작동하고 있다. 이는 남극을 평화적 목적으로만 이용할 것과 남극에 대한 영유권 주장의 동결을 규정하고 있다. 즉 남극에 대한 기존 영유권 주장의 포기를 요구하지 않으나, 영유권 주장을 인정하지도 않는다. 이후 남극조약의 당사국들은 남극의 평화적 이용과 환경보호를 위한 여러 후속조약을 체결하였다. 한국은 1987년 남극 지역에 상설연구소 (세종기지)를 설치하였으며, 남극조약의 협의당사국이다.
2. 북극
북극은 남극과 달리 육지로 구성되어 있지 않으나 얼음으로 덮여져 있다. 외견상 남극과 유사하나, 바다에 해당하므로 법적으로는 매우 다른 환경이다. 북위 66도 33분 이상의 북극권에는 약 400만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다른 국가와 멀리 떨어진 남극과 달리 북극은 연안국이 다수 존재하여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경제적 개발 가능성도 더 높다.
북극에 대하여는 1996년 오타와 선언에 따른 북극위원회가 설립되어 있으나, 이는 국제기구로서의 지위는 갖추지 못하고 있다. 북극해에는 러시아, 캐나다, 미국, 덴마크(그린랜드),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이 영토를 면하고 있다. 일부 국가는 선형이론에 입각한 영유권을 주장한 바 있으나, 이러한 주장이 국제사회에서 수용되지는 않았다. 일각에서는 북극권에 대하여도 남극조약과 같은 국제관리체제의 성립을 주장하고 있으나, 북국권에 면한 국가들은 새로운 체제 구상에 반대하며, 유엔해양법협약 등 기존의 국제법의 적용을 선호하고 있다. 즉 러시아,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 등의 국가들은 해양법협약에 따른 경제수역, 대륙붕 등을 주장하고 있다.
북극해는 대부분 얼음으로 덮여 있으므로 이들 지역의 국제법적 지위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가 앞으로의 과제이다. 특히 육지에 부착된 얼음으로 수백 미터 두께로 해저까지 얼어 바다로 돌출된 빙붕(ice shelf), 연안 바다 상공에 거대한 두께로 얼어 붙어 있는 정착빙(land-fast ice), 서서히 이동하는 거대한 빙산(iceberg) 등의 법적 지위를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편 북극권에서는 얼음 속에 감춰져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섬이 발견될 가능성도 높다. 새롭게 발견되는 섬에 대하여 기존의 선점이론을 적용하여 영유권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는 의문이다. 당장 현안의 문제는 연안국들의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 및 대륙붕 주장과 그 경계획정이다.
한편 최근 지구 온난화에 따른 북극항로의 개척이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북극항로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 종전의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여 서유럽을 가는 항로나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여 북미 동부에 도착하는 항로보다 운항거리를 상당히 단축시킬 수 있다. 다만 북극항로는 항해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에 거리의 산술적인 단축비율이 항해에 필요한 실제 시간과 비용의 감소로 그대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화면이 북극해를 지나는 항로는 크게 2가지가 가능하다. 첫째는 미국 알라스카와 캐나다 인근을 지나 그린랜드 사이를 통과하는 북서 항로(Northwest Passage)이고, 둘째는 주로 러시아 인근을 통과하여 스칸디나비아 반도 북부로 연결되는 북극해 항로 (Northern Sea Route: 또는 북동 항로)이다. 캐나다는 북서 항로의 상당 부분이 자국의 역사적 내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북동 항로를 자신들의 “민족적으로 유일한 교통수단으로서 역사적으로 형성된 항로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국 모두 이 항로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한 주장이다. 이에 대하여 미국과 유럽 연합은 반대하며, 특히 북극해 내의 해협에 대하여는 통과통행의 법리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III. 국제하천유역
역사적으로 인류문명은 하천을 끼고 발달하였다. 하천은 식용과 농업용 담수 의 제공, 식량의 공급원, 교통의 통로로 중시되어 왔다. 한 국가 내에 소속된 하천 이나 호소는 내수로서 그 국가의 배타적 관할권에 속하게 되지만, 하천이나 호소가 두 개 이상의 국가에 걸쳐 국경을 이루거나 두 개 이상의 국가를 관류하고 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상류와 하류 각 유역국의 각종 이해가 충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자국 영역 내의 하천에 대하여 유역국은 이의 이용을 통제할 수 있는 절대적 재량을 갖는가?
로마 시대에 유수(流水)는 만인의 공유물이라고 생각하여 하천은 모든 자의 항 행에 개방된다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개념은 중세를 거치며 변화하였고, 점차 유럽 각국은 자국 영역 내 하천에 대한 배타적 주권을 주장하였다. 18세기 들어 산업의 발달에 따른 수송수요의 증가와 식민지 확장 경쟁은 국제하천에서의 항행자유의 필요성을 다시 부각시키었다. 1815년 비엔나 회의 이후 체결된 국제조약들에는 유 럽내 국제하천에서는 최소한 유역국들의 항행자유를 규정하는 예가 늘어났다. 19세 기 유럽에서는 다뉴브강 등 대부분의 중요한 국제하천의 이용과 관리에 관하여 다 자조약이 성립되었다.
20세기 초엽까지 국제하천에 대한 관심은 항행자유의 확보와 이를 위한 하천의 관리에 집중되었다. 항행로의 확보를 위하여 하천의 다른 이용은 억제되었다. 20세기에 들면서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하천의 이용이 다양화 되었다. 전력 생산과 산업용수로서의 중요성이 부각된 반면, 철도와 자동차 등의 발달로 인하여 내륙항로로서의 중요성은 감소되었다. 점차 하천의 수자원의 다양한 이용이 더욱 주 목을 끌었다. 점차 국제하천을 단순히 수로로 파악하기 보다는 유역의 수자원 전체 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발전하였다. 이는 곧 국제하천에 대한 관심이 유럽에 소재한 큰 강에 머물지 않고, 전세계적으로 분포된 하천 유역으로 확산되었음을 의미한다.
국제하천에 대하여 영역국은 어떠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가? 한 때 주권국가 는 자국 영역내 하천수를 자유로이 사용. 처분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하여 하류국은 상류국에 대하여 어떠한 요구도 할 수 없다는 이른바 하몬주의(Harmon doctrine)가 주장되었다. 이는 리오그란데강의 이용과 관련하여 멕시코와 분쟁이 발생하자 1895 년 미국의 법무장관 J. Harmon이 주장한데서 비롯된다. 상류국의 행동을 특별히 규제하는 국제법이 없다면 상류국은 행동의 재량을 갖는다는 논리이다. 국가는 자국 영토의 주인이라는 관념을 국제하천에도 그대로 적용한 것이었다.
하몬주의에 따르면 상류국의 하천 오염행위나 댐건설로 인한 수자원 독점 등 하류국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대하여 하류국은 속수무책이 된다. 그러나 국가는 자국 영역이 타국의 권리를 침해하도록 방치하여서는 아니될 의무가 있다는 원칙에서 본다면 하몬주의는 용인되기 어렵다.
그간 국제사회는 국제하천의 이용에 관한 여러 법체계를 발전시켜 왔다. 그중 특히 중요한 문서는 국제법협회(ILA)가 1966년 채택한 「국제하천수 이용에 관한 헬 싱키 규칙」37)과 UN 국제법위원회(ILC)의 작업을 바탕으로 1997년 UN 총회가 채택 한 「국제수로의 비행행적 사용법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Law of the Non- Navigational Uses of International Watercourses)」이다. 이들 문서들은 국제하천을 수로 를 중심으로 파악하기 보다는 공통의 하천유역이라는 개념을 전제로 하고 있다. 즉 헬싱키 규칙은 2개국 이상에 걸쳐진 “국제하천유역 (international drainage basin)”을 적 용대상으로 하며, 이는 공통의 종착지로 흐르는 지표상의 담수와 지하수를 모두 포 함하는 개념이다(헬싱키 규칙 제2조). 1997년 UN 협약 역시 “국제수로(international watercourse)”라 함은 복수의 국가에 소재한 지표수와 지하수를 공통의 종착지로 흐 르는 지표수와 지하수를 아우르는 수계(水)를 가리킨다(제2조).38) 양 문서 공히 유역국들의 형평하고 합리적인 몫의 수자원만을 이용할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헬싱키 규칙 제4조; 1997년 UN 협약 제5조). 형평하고 합리적인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지리적, 수문학적, 수리적, 기후적, 생태학적 요소, 유역국의 사회경제적 필요성, 수자원에 의존하고 있는 인구, 타 유역국에 대한 영향, 수자원의 기존 또는 잠정적 활용도, 수자원의 보존, 보호, 개발, 경제적 이용 및 그에 따른 비용, 기존 수자원에 대한 대안 마련의 가능성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1997년 협약 제6조). 유역국은 다른 유역국에게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하며(동 제7조), 수자원의 최적 이용과 보호를 위하여 협력하여야 한다.
이제 아무리 자국 영역내에서의 행위라도 상류국이 일방적으로 댐을 건설하여 수자원을 독점하며 하류국을 메마르게 한다거나, 하류국이 하천 국경 초입에 댐을 건설하여 홍수 발생시 상류국에 피해를 야기시키는 행위는 국제법상 용인될 수 없다. 또한 하천유역국 중 하나가 다른 유역국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를 하려는 경우 사전통지를 하여야 한다.